길규온과 명소민 내외는 아들과 딸이 귀가하기 전,정오를 넘긴 오후 시간에 자택으로 왔다. 이웃사람들이 눈치채기 전에 곧바로 3층의 어느 방으로 들어간 길씨 내외. 여기서는 방음이 잘 되어서 설령 다이너마이트 몇개라도 터지거나 락음악에 쓰이는 대형 스피커라도 켜지 않는 이상 말싸움이 바깥으로 새어나가지 않을 것이다. 길규온과 명소민은 만나자마자 격렬하게 당신탓이냐 내탓이라고~~ 하면서 서로를 비난했다. 누가 이 모습을 본다면 본다면 재산분할 분쟁이라도 하는 파탄난 내외 같을 것이다. 남편은 새파랗게 젊은 여자를 끼고 두집 살림 차리고 아내는 호스트바에서 만난 젊은 남자에게 money 퍼주고 있는 등으로.(0_0)
"당신. 명진이를 사랑하지 않는거지. 그 아이가 태어나게 한 계기를 제공한 나도 용서할 수 없고."
"당신 무슨 말을 그렇게 하는 거야!!! 정 교수에게 무슨 말을 듣고!"
"정 교수님은 상관없어. 오히려 나하고 내 아들에게 고마운 은인이지. 오늘 정 교수님에게 명진이를 양자 입적을 하겠다는 말을 듣지 않았다면 평생 모를 뻔 했어!"
"..............................(반박 못함)"
"당신은 정 교수님 앞에서 무슨 말을 그렇게 하는 거야!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나는 둘째치고 당신이 스스로 임신하여 낳은 우리 아들을 그런 식으로 보고 있었다니. 당신이 정말로 어머니 맞아!"
"여보. 나도 그때 교수 임용을 앞두고 예기지 못한 임신으로 기회를 날린건 아쉽게 생각해. 하지만 다 지난 옛날 일이야. 난 소명이도 명진이도 사랑해. 마음에 드는 직위는 아니지만 같은 서울대의 사범과정 교수직이잖아. 그러니까 우리 이 문제를 끝내자."
"난 끝낼 수 없어. 옛날 일이라고 다 잊은 사람이....... 우리 명진이를 사랑한다는 엄마가... 고작 사흘전에 정 교수님앞에서 명진이에 대해서 감정배설을 해! 앞뒤가 안 맞잖아. 당신이 두 아이의 어머니 맞아!!"
"아~~~~~~~~~~~~~~~ 어버버버버버버."
(이제는 두뇌마저 열화되어 버린 명소민.)
"그래. 다 내 잘못이지. 이혼하자. 내가 명진이를 데리고 이 명씨 일가에서 나갈께. 난 애초에 굴러 들어온 돌이고 당신과의 혼인 덕분에 신분상승을 한거잖아. 다시 밑바닥으로 떨어진다고 해도 후회는 없어. 나 혼자서 명진이 장성할때까지 보살피지 못하겠어. 나도 이제 서울대 교수이고 우리 아들의 뒷바라지 정도는 나 혼자 할수 있어. 다 내려 놓을께. 당신에게 받은 물질적 여건. 아무것도 가져가지 않겠어. 위자료 한푼도 주지 않아도 돼. 다만 명진이에 대한 친권만큼은 나에게 양도해야 해. 당신이 그렇게 사랑하고 당신의 전부라는 소명이만 당신이 키우면 되잖아. 모녀 둘이서 행복하라고. 방해가 되고 눈에 거슬리는 못난 남편과 재수없는 아들은 이 집안에서 사라져주지. 다른 남자와재혼을 하든지 소명이를 반려 삼아서 남은 인생을 고고하게 살아가든지 나하고 명진이가 알바 아니고. 어쨌든 이혼절차를 밟자고."
"뭐라고 했어. 감히 당신이 나를 거부해!!! 이럴수는 없어. 당신은 내가 정답이라고 했잖아."
"아니. 당신이 틀리고 정 교수님이 옳은 말씀을 하셨지. 이제 끝내자. 당신 기분을 맞춰주면서 평생 살아가는 것도 운명이라고 생각하고 미운 정 고운 정으로 살아야지,라고 마음먹었지. 그런데 조상님들이 도우셨든지 하늘이 우리 부자를 버리지 않으셨는지 정호은 교수님에게 진짜 정답을 들었지. 명진이를 데리고 내가 이 집에서 나가고 당신과 이혼하는 것이 정답이야. 당신만 나와명진이가 꼴보기 싫은게 아니야. 예전부터 나 역시 무의식적으로 당신에게 반발하고 있었지만 아버지로서의 의무감이 솔직한 감정을 억눌렀어. 그것을 정 교수님이 해방시켜준거야."
"크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윽."
"이혼하고 나서 서울대 내에서 내 얼굴을 보면서 불편하지 않아도 돼. 내가 정 교수님에게 부탁하여 다른 대학으로 옮기지. 교내에서 무슨 말을 듣어도 그건 당신이 감당해야 할 문제야. 소명이가 가엾기는 해도 당신이라면 소명이 스무살 되기 전에 나와명진이를 소명이 기억속에서 지워버리겠지. 그건 당신이 잘하는 분야잖아."
"길규온. 당신!!!!!" (부들부들부들.)
"......................................................................."
멍해져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몸을 떨고 있는 아내를 보면서 길규온은 정호은 교수가 한 말이 옳았다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이런 여자와 한편생을 함께 하려고 했다니. 내가 미쳤지. 뭔가에 홀렸지.하고 사탄의 마굴에서 빠져나온 듯한 기분이 느껴졌다. 처음부터 어울리지도 않은 혼인관계였다. 오늘. 처음으로 아내에게 대항하기 이전에 길규온은 자기최면을 걸고 현실도피를 하고 있었지만 그저 아내의 가식과 딸만을 바라보는 아내의 양육만이 화목한 가정으로 꾸며주는 연막이었다.
"지금 당장은 내 몸만 빠져나갈 거야. 내일중으로 사람을 보내서 내 소지품이나 명진이에게 필요한 소지품을 챙기고 갈거야. 잘 있어. 소명하고 평생 행복하라고! 난 명진이를 데리고 동생 집으로 갈거야."
"잠깐. 기다려. 여보오오오오오."
쾅!!!! 거칠게 문을 닫아버리고 길규온을 계단을 내려갔다. 혼자 남겨진 명소민은 분노로 몸을 떨뿐이지 남편을 쫓아가지 않았다. 이 집안에서는 명소민은 두 아이의 엄마이자 한 남자의 아내가 아니라 절대적인 권력을 가진 폭군,가이사 명소민이기에 비천한 소작농에 불과한 남편이 반항했다고 해서 구차하게 따라가서 매달리는 짓을 할리가 없었다. 그저 혼자서 방방 뛰면서 방안에서 깽판을 칠 뿐이다. 계단을 내려가면서 길규온은 방에서 들리는 세간살이 깨지는 소리에 길규온은 약간이나마 남은 정마저 다 사라졌다.
그는 차를 타고 명진이가 있는 유치원으로 향했다. 보육원 직원에게 양해를 구하고 아직 귀가 시간이 아님에도 명진이를 데리고 나와 차에 태우고 곧바로 동생과 제수씨에게 연락했다. 사람 좋은 인성미 갑,인 동생 내외는 형의 연락을 받고 곧바로 약속장소인 프라이트 나이트 명동 지점으로 왔다. 자상한 제수씨는 명진이를 보자마자 눈물을 흘리면서 안아 주었다.
"제수씨. 제가 면목이 없습니다. 당분간 이혼 과정이 마무리될때까지 명진이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아니에요. 우리 명진이 불쌍해서 어떻해요. 설마하니 형님이 명진이를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니. 엄마라고 불릴 자격 없어요."
"아니 형수가 그런 사람이었다니............ 형. 명진이는 걱정하지 말고 이혼소송을 거세요. 큰형한테도 알리지요."
"그래. 형한테도 알려야지. 난 일단 대학으로 돌아가서 정 교수님에게 이혼에 관련해서 도움을 받을 것이니 저녁에 보자."
"들어가세요. 아주머님."
동생 내외에게 아들을 맡기고 길규온은 다시 차를 타고 서울대로 향했다. 그날 오후. 학교에서 귀가한 명소명은 집안 분위기가 웬지 모르게 서늘하다는 것을 느꼈지만 언제나 자신을 상냥한 미소로 받아주는 엄마,명소민을 보고 불안한 마음이 사라졌다. 하지만 아빠와동생이 보이지 않자 어디 갔냐고 물었지만 엄마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일찍 자라고 잠자리에 재워주웠다. 소명이가 곤히 잠든 것을 확인인 명소민은 그제서야 석판 컴퓨터를 켜고 위치추적 어플을 보면서 남편이 어디 갔는지 확인했다. 자택을 나와서 보육원 => 프라이트 나이트 명동지점 => 서울대 => 모 변호사 로펌 => 동생내외의 자택 등으로 이동한 것을 보면서 명소민은 폭군의 분노를 다시 터뜨렸다. 특히 변호사 로펌이라는 이동 흔적을 보고 천박한 욕지거리가 나왔다.(잠자는 딸은 듣지 못하지만.) 일이 이 지경까지 되었으니 남편과 갈라서는 것이 백번 옳았지만 완벽한 경력과 대외적인 선망을 받고자 하는 명소민에게 이혼소송은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명진이 따위야 아무래도 상관없지만 다시 남편을 살살 달래줘야 하나..... 쳇. 하면서 한숨만 나왔다. 아무런 반성조차 하지 않는 글러먹은 여자였다.
[Th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