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후 2013년. 나가사키. 이와미 조선소 근방의 어느 신사.
"여어~~ 동성회의 탈주자가 여기 있었네."
"............. 너는."
"반갑소. 나. 동성회 직계. 소메야일가의 대행수. 소메야 타쿠미라고 하오. 호오. 4대회장의 동생을 죽인 동성회의 배신자,탈주자,공직자들의 경비견. 후후후후. 좋게 말해주면 나가스의 용,이라고 하는 키류 카즈마인가. 실제로 보게 되니 역시 도지마 소헤이 대행수를 살해한 배포가 있는 남자야. 흠. 세월은 어쩔수 없나! 많이 늙었어."
"이봐. 요즘 동성회 고위 사관들은 어떤 편제로 되어 있는지 모르겠어. 분명히 말해두지만 난 도지마 소헤이 대행수를 살해하지 않았어. 젊은 놈. 생각을 해봐. 20년 전에 고작해야 겨우 3차 단체 사무소를 개설하려는 일개 조직원이 동성회 직계.... 그것도 4대 회장의 동생을 살해한다고!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흠. 22년전. 사건현장에서 도지마 대행수와기타 조직원의 시신과 권총을 들고 있는 당신밖에 없었지. 경시청과 검찰청,내무성에서도 당신을 도지마 소헤이를 살해한 범인이라고 공식적으로 발표했지. 뭐. 과학수사대든지 뭐든지 간에 당신이 도지마구미 대행수를 살해한 범인이라는건 명백한 사실이야. 공식적으로는 말이지. 크크크크큭."
"난........... 나는. 20년이 넘는 세월동안 배신자이며 반역자로 낙인찍혀서 동성회에게 쫓겨서 살았다. 내 아내,내 아이들,내 지인들. 모두가 큰 피해를 보았지. 나는 면목이 없어서 고개를 들지 못했어."
"그래도 유유자적하게 잘 살고 있잖아. 검찰과 경찰의 보호를 받으면서 여기저기 강연회에 나가서 야쿠자들은 나쁜 무리입니다,라고 이야기하면 엄청난 액수의 후원금이 쏟아지잖아. 아무리 변명을 해봤자 당신은 검경의 하수인에 불과해. 경시청 수사4과의 타테 마코토라는 형사가 당신 친구지. 그리고 사돈이기도 하지. 오사카 경시청의 야쿠자 잡는 여자 수사관 사에코 카오루는 당신과 인연이 깊고. 아..... 오사카 경시청의 늙은이,세리자와 카즈히코. 역시 당신과 친목질을 하는 사이잖아. 이래도 당신이 공직자들과 전혀 모르는 사이라고 할거야? 키류 카즈마."
".................................."
"이야. 오늘 여기는 바닷바람이 시원하단 말이야. 어디를 가든지 당신은 사건사고의 중심에 있지. 여기에는 무슨 용건일까? 근질근질거리니까 몸 좀 풀려고 관남 지방까지 오셨나?"
"그저 개인적인 용무다. 이봐. 소메야 대행수. 너는 나를 참살하려고 온건가?"
"딱히 그럴 마음은 없어. 나를 포함해서 소메야일가는 양명연합회의 코시즈미구미의 대행수와 동맹의 술잔을 나누기 위해서 이곳에 왔다. 아차! 우리 5대 회장님의 당부가 있으니까. 아. 추상같은 명령이었지. 크크크큭."
"동성회가 무엇을 하든지 나하고는 아무 상관없어. 나를 잡을 생각이 없다면 나 역시 일부러 소메야일가와싸울 이유가 없다."
"흠. 어디까지나 대외적으로 내 눈에 띄이지 않는다면 그냥 넘어가 주지. 히로세구미의 사무실에 얌전히 숨어 있으라고. 동성회가 나가사키에서 공적인 일을 끝내고 우리 세력권으로 귀가할때까지 조용히 있겠다면 말이지."
"무슨 의미인가???"
"작년에 동성회의 4대 회장님께서 임종하셨지. 벌써 1주기야. 그분이 임종하시면서 키류 척살령을 후대에 이어서 반드시 실행하라는 유훈을 남기셨지. 현 5대 회장님께서도 임자를 살려둘 생각은 전혀 없어. 동성회 내부의 위계질서,대외적인 위상을 위해서도 반드시 임자,당신을 참살할거야. 조심해야 할거야. 지금까지 4대 회장님께서 동성회 이외의 세력권에서 돌아다니는 당신을 어찌하지는 못했지만 5대 회장님은 달라. 오우미 연합이든 양명연합회든 기타 세력권에서도 임자를 참살하기 위해서는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아. 설령 그것이 어둠의 파벌간에 전면전을 불러온다고 해도 말이지. 하지만 최근에는 그런 경우는 절대로 없다고 봐야겠지. 크크크크큭."
"나를 꼭 죽여야 할 정도로 5대 회장에게는 엄청난 성과를 보여야 할 절박한 여건인가?"
"푸하하하하하하하하. 천만에. 무슨 착각을 하는거야. 5대 회장님의 권세는 천년 막부의 전성기에 버금갈 정도로 튼튼한 콘트리트 반석에 서 있어. 새로 취임하면서 본가의 1차 단체와하위 조직들에게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옛 시대를 청산한다는 의미에서,즉 선대를 추존하는 예우 차원에서 임자를 참살하려는 것뿐이야."
"네 이놈들. 너희 동성회에게는 내 목숨이 고작해야 일시적 여흥의 표적에 불과하다는 거냐!!"
"다 알면서 뭘 새삼스럽게 그러나. 지금까지는 4대 회장님이 검경과 다른 경쟁자들을 의식하느라 적극적으로 임자를 잡아 죽이지 못했지만 이제부터는 다를거야. 5대 회장님은 정부 기관은 둘째치라도 다른 조직권에서 임자를 참살하기 위해서 손을 쓰는 것을 망설이지 않아. 도지마구미 2대 행수가 살해당한지 벌써 22년의 시간이 흘렀어. 검경의 윗대가리들도 많이 교체되었고 오우미 연합이나 우에노 성화회,양명연합회도 고작해야 퇴물 야쿠자에다 조직의 배신자에 불과한 임자를 감싸주기 위해서 우리 동성회와굳이 전면전을 불사하려고 하지 않아. 서로의 세력권을 지나치게 의식하는건 구세대 형님들의 사고방식이야. 방금전에도 말했듯이 임자를 잡아 죽인다고 해도 다른 경쟁자의 지배구역을 어지럽히거나 도발하거는 것도 아니고 선전포고 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지."
"........................................................."
"지금까지 당신이 무사한 것은 운빨이었어. 경찰에서 당신을 보호해준 것은 전임 경시총감 무나카타 세이지로 영감이 살아있을 시절이나 가능했지. 퇴임 이후에도 경시청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한 경시청의 늙은 요괴잖아. 하지만 3년전에 작고하였지. 죽은 사람의 영향력은 살아 있는 권력을 능가하지 못해. 현재의 경시총감은 영감 살아있을때나 전임자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당신을 배려하는 척 했지만 이제는 다를거야. 22년전의 사건 진상이 어떻다고 해도 이제 경시청에서도 당신을 적극적으로 보호하지는 않을거야. 어찌 보면 당신은 야쿠자와경찰의 야합이라는 좋은 사례잖아. 현 경시총감은 그런 부류의 야합은 단호히 배제하는 성격이라서. 크크크크큭. 경시청의 임자 친구들도 임자를 보호해주지 못해. 그들은 실세 지휘부도 아니고 현장에서 오래 묶은 고참 수사관일뿐이지."
"어떻게 생각하든지 간에 난 도지마 소헤이 대행수를 살해하지 않았다. 동성회가 4대 회장님의 유훈을 명분으로 나를 척살하려고 해도 난 끝까지 맞서 싸우겠다."
"암. 그러셔야지. 사냥감이 팔팔해야지 사냥하는 재미가 있지. 오늘은 코시미즈구미와술잔을 나누려고 온 것이지 굳이 피를 볼 이유가 없어. 하지만 영빈관 주위에 얼쩡거린다면 대외적으로 우리 눈에 띄이는 거야. 그럼 나도 봐줄수 없지. 키류 선생. 이제부터는 일본 어둠의 세계 4대 조직은 말이야. 야쿠자 조직을 배신하고 윗서열이나 행수를 살해한 놈이 설령 다른 조직의 세력권으로 도피해도 해당 조직에서 추적해서 참살하는 것을 묵인하기로 합의를 봤어. 동성회,오우미 연합,우에노 성화회,양명연합회든지 윗서열을 살해하고 도피해도 아무 탈이 없다는 잘못된 사례가 와카슈들에게 나쁜 방향으로 인식되면 곤란해. 차세대 조직원들의 교육 차원에서도 임자를 참살하는 것이 중요하지.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어느 지역에 숨는다고 해도 야쿠자의 계율은 절대적이라는 사실을 와카슈나 3,4차 단체에 인식시켜야 하거든."
"그럼.... 난 재수없게 걸려든 건가."
"부디 열심히 노력해서 살아남아봐. 내 생각에는 말이야. 우리가 요코하마로 귀가한 이후에 곧바로 나가스로 튀어버리면 되지 않나. 그곳에서 평화롭게 택시운전사를 하면서 조용히 임종을 맞이하는거야. 후쿠오카에서는 야마가시구미가 임자를 보호해주지 않나. 지역경시청에서는 당신에게 호의적이고. 하여튼 내가 예상하기로는 4대 회장님의 3주기 탈상을 하기 전에,높은 가능성으로 임자가 바다에 공구리당할 것 같아. 하하하하하하. 이곳 나가사키가 아니더라도 어느 지역에서든지 내 경고를 무시하고 대외적으로 눈에 띈다면 나도 어쩔수 없지. 난 4대 회장님의 유훈은 크게 개의치 않지만 소메야일가에서도 감히 윗서열을 살해하고 도피하여 키류 카즈마처럼 유유자적하게 여생을 보낸다는 발칙한 생각을 하는 역적이 나오면 절대로 안되거든. 후후후후후후훗."
"나는 조용히 여생을 보내고 싶다. 4대 회장님의 3주기 탈상이 오는 날에도 난 여전히 살아남을 것이다."
"임자. 동성회를 적대시하면서 임자에게 척살령을 내린 당사자에게는 꼬박꼬박 회장님이라고 부르는군. 아직도 마음 한구석에서는 친정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나."
"..........(0_0) 그럴지도. 22년전에 그 사건이 없었다면 나는 동성회 산하 3차 단체의 행수중 한명으로,지금도 카무로쵸 어느 한곳에서 사무실을 지키고 있었겠지."
"시민 키류 선생보다는 동성회의 3차단제, 키류 행수가 더 좋았다는 건가.......(....) 이해를 못하겠어. 그런 사건을 저질렀으면서 오랜 시간이 흘러서 이런 말을 하다니. 하긴. 나에게는 당신이 도지마구미 2대 행수를 살해한 범인인가 아닌가는 중요하지 않아. 다만 5대 회장님에게 자랑할만한 성과를 거둘 수 있는 표적이라는 사실이 중요하지. 하하하하. 난 이제 영빈관으로 돌아가야겠어. 키류 선생. 부디 조용히 엎드려 있으라고. 푸하하하하하하하하."
소메야 타쿠미는 웃으면서 이와미 조선소의 영빈관(방문객 숙박용)으로 걸어갔고 그 뒤를 조직원이 따라갔다. 홀로 남은 카즈마는 저 멀리 바다를 보면서 한숨을 쉴 뿐이었다. 그는 답답했는지 500ml 짜리 이온 음료수병을 따서 한번에 들이켰다. 아무래도 당분간은 키요미가 운영하는 스낵바와수군 아파트만 왕복하면서 동성회의 눈에 띄지 않아야겠다고 다짐했다.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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