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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래디에이터.(2000년) 어느 근위대장.

과거의 명작이며 고대 로마사를 배경으로 삼는 영화중에서는 제일 간지난다는 글래디에이터, 많은 분들이 이런 저런 주제를 논하고 있지만 저는 유독 한명의 등장인물에게 관심이 갑니다. 오래전에 감상했고 콤모두스 VS 막시무스의 대립이 주제이고 예정된 결말로 흘러가지만 이야기 전개에서 심하게 어울리지 않고 황당한 결말을 선사해주는 근위대장 '퀸투스'라는 인물입니다.

2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지만 저는 퀸투스에 대해서 큰 의문을 가지고 있어요. 뭐하러 영화에 등장했나? 등장한 의미가 있나? 애시당초 아우렐리우스 천황을 배신하고 막시무스의 아내와자녀를 살해한 놈이에요. 본인이 변명하기로는 콤모두스의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고 해도 막시무스가 절대로 용서할 수 없고 용서해서도 안 되는 놈이지요. 리들리 스콧 감독이 구상한 각본은 별개로 그냥 생각해보면 막시무스의 진정한 원수는 바로 퀸투스이지요.

사실 막시무스는 콤모두스와적대할 이유가 없어요. 아우렐리우스 천황의 죽음을 전혀 모르고 넘어간다고 해도 막시무스는 콤모두스의 즉위를 묵인하고 있었지요. 늙은 천황이 "네가 독재관이 되어서 로마를 공화정으로 원위치시켜놔!!"라고 했음에도 애매모호하게 제안을 거절합니다. 즉 콤모두스가 일부러 건드리지 않았다면 막시무스가 콤모두스에게 보복하겠다고 난리치지도 않지요.

마지막 최후의 대결에서 콤모두스에게 칼을 안 줬다고 해도 퀸투스에게 면죄부가 주어질까요? 천만에요!! 콤모두스 정권이 무너지면 따라서 죽을 수 밖에 없는 놈이 퀸투스입니다. 이유야 어찌됬든 그동안 콤모두스의 치세에서 그의 명령을 충실히 수행했면서 막판에 배신했다고 해서 로마 민주화의 유공자일까요? 리들리 스콧이 너무나도 사랑하는 로마 공화정 시기에도 내란 일어나면 같은 로마인들끼리 적당히 자제하거나 관용을 베풀지도 않고 무자비하게 죽이고 숙청했어요. 하물며 다시 정권을 수립한 공화정 파벌이 퀸투스라고 살려둘까요? 태조 아우구스투스의 숙청은 철저했으며 술라 정권 시절에 율리우스 카이사르도 킨나의 사위라는 이유로 한동안 @되었지요. 민중파의 영웅,이라는 늙은 마리우스도 잔혹한 학살을 일삼았지요. 

콤모두스가 죽기 직전에 원로원 의원들에 대해서 숙청이 있었지요. 그리고 하루도 안 지나서 콜로세움에서 콤모두스는 칼빵 맞고 죽었어요. 예전 일이라고 넘어가기에는 너무 급박합니다. 퀸투스는 원로원에 의해서 참살당할 수 밖에 없어요. 막시무스의 아내와자녀에게 저질렀던 그대로 퀸투스 본인은 물론이고 일가친척,지인들마저도 숙청당하게 생겼어요. 

그에게는 변명이나 반론의 여지도 없지요. 콤모두스를 배신하고 싶었다면 차리리 막시무스가 죽을지언정 콤모두스에게 칼을 주고 - 어차피 막시무스가 이긴다 - 근위대 병력을 장악한 채로 제정지지파 = 친천황 파벌과 연대해야 합니다. 영화상의 결말을 보면 퀸투스는 원로원(반천황파)과 친천황파. 두개 파벌에게 공공의 적이 되었어요. 

무삭제판 영화에서도 콤모두스를 지지하고 이런 저런 계략을 알려준 제정 지지파들은 아무런 탈도 없고 멀쩡하지요.(그렇게 알고 있어요.) 이런 놈들 제외하고 콤모두스만 죽인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될까요? 거기에다 로마 근위대는 지휘관이 두명이지요. 실제 역사와다르다고 한다면 퀸투스 말고도 다른 근위대장이 건재하니까 제정 지지파와힘을 합치는 것도 순식간이겠지요. 퀸투스는 근위대 지휘권을 뺏기고 테베레강 오리알 신세가 되는겁니다.

원로원 파벌에게는 막판에 콤모두스를 배신한 것 정도를 도저히 용서가 안 되는 폐주의 잔당이자 폭군의 부역자에 불과하고 제정 지지파에게는 멀쩡히 잘 통치하고 있는 천황을 시해하는 대역죄에 한몫 거들었던 천황 시해자입니다. 천황을 배신한 이유가 고작해야? 휘하의 근위병 2명을 참살하게 했다는 - 보는 관점에 따라서는 - 어처구니 없는 이유때문에. 물론 근위병을 포하해서 일개 병사의 목숨이 하찮다는 것이 아닙니다. 일개 근위병마저 잘 챙기는 퀸투스는 인간미가 넘치는 협객다운 상남자이지만 대국적인 정치판에서는 정말로 미숙하기 짝이 없고 만만한 표적에 불과해요.

그나마 멍청한 콤모두스니까(각본상) 배신당한 것이지 실제 역사상의 콤모두스든지 기타 서브컬처에 등장하는 콤모두스,넷플릭스 연속극의 콤모두스가 직속상사라면 이상한 낌새를 보이는 순간 숙청당했어요. 이래나 저래나 퀸투스는 용서받을 수도 없고 이야기 전개상 왜 등장했는지 이해가 되지 의미자체가 없어요. 이렇게나 황당한 등장인물 퀸투스에게는 여러가지 문제점이 있고 대충 정리했어요.


1. 공화정의 복원을 구상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천황의 시해를 방관한 혹은 적극적으로 협력한 공범. 이거 하나만으로도 막시무스가 그에게 상관하든지 말든지 마지막에 폭군을 배신했든지 말든지 그는 참살당하거나 운이 좋으면 중죄인이 되어서 영구추방되는 길 이외에는 암울한 결말입니다. 원로원 파벌에게는 죽은 의원들의 보복을 당연히 해야 하기에(정의구현?)

이미 죽은 콤모두스는 제껴두더라도 신 로마 공화정에서는 퀸투스를 살려들 이유가 없습니다. 애초에 누구 덕에 콤모두스가 용상에 앉을 수 있었으며 콤모두스가 부황을 시해한 일은 홧김에 저지른 악행이 아니라 게르마니아 전선으로 오기 전부터 부황의 의중은 대충 짐작하고 있었을 겁니다. 사전에 퀸투스와공모하지 않았다면 부친을 살해한 이후에 군 사령관인 막시무스를 신속히 처리하려고 하지 않았지요. 폭군을 용상에 앉힌 1급 부역자 퀸투스를 원로원이 절대로 살려둘 수 없지요.


2. 제정 지지파에게도 퀸투스는 반드시 척살해야할 대역죄인입니다. 게르마니아에서 같이 공모해놓고서 사소한 마찰?때문에 천황을 배신한 어처구니 없는 배신자입니다. 실제 역사에서도 비슷한 사례를 찾아본다면 정치적으로 미숙하다는 - 카라칼라를 배신한 - 마크리누스도 퀸투스보다는 대국적인 잔머리가 잘 돌아갔어요. 퀸투스가 어이없게도 배신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는 삭제판 영상에서 보여주듯이 처형된 근위병 2명과 근위대 전체가 다 친분이 있거나 동조하는 것도 아닐 것이고 천황의 처분이 정당하다고 생각하는 근위병들이 많을 겁니다. 프록시모의 검투사 양성소를 습격한 근위대 병력처럼 말이지요. 또 다른 근위대장의 생각도 다를 것이고 콤모두스의 등극으로 편안하게 수도에서 복무하면서 꿀을 마셨던 근위대 지휘부 파벌이나 다른 근위병들은 무슨 생각이 들까요? 


2-1. 게르마니아에서 막시무스 제거에 실패하고 허위 보고를 했다는?(정확한지는 모르지만) 혹은 임무 실패했다는 이유로 근위병 2명을 콤모두스가 친히 불러서 궁수들에게 참살하게 했지만 - 제 생각일 뿐이지만 - 이거 하나로 근위대 전체가 발발할까요? 로마군에게는 너무 극단적이라고 해도 1/10 형벌까지도 있고 반역자 막시무스가 탈출했음에도 저지하지 못한 것은 둘째치더라도 보고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은 중징곌를 받아도 할말 없어요.(콤모두스가 너무 심했지요.)

명예를 중시하는 로마인 입장에서 봐도 콤모두스는 나름대로 일개 근위병에게도 마지막 긍지와체면을 살려주고 천황이 직접 형벌을 주관했어요. 대다수 근위병들이나 자존심 강한 어느 로마인들이 보기에도 이 정도면 나름 합당한 처분 과정이라고 생각할거에요. 영화,연속극에 수없이 등장한 어느 폭군들과 달리 콤모두스의 방식은 의외로 점잖은 편에 속합니다.

전우의 죽음에 원한을 가지고 콜로세움 결투에서 천황을 배신한 근위병들은 다 합쳐봐도 수십명이며 직접적으로 봐도 죽은 병사2명과 같은 소대 소속이라는 개인적인 친분이 있어 보입니다. 하지만 그동안 콤모두스의 치세에서 꿀을 마셨던 근위대 전체가 이 결과에 승복할까요? 실제 역사에서 의문스러운 죽음을 당했던 도미티아누스 천황이 시해당했을때도 벌떼처럼 들고 일어났던 근위대입니다.

하물며 도미티아누스보다 더 근무하기 편했던 콤모두스가 죽었고 황실이 존재함으로서 의의가 있는 근위대가 제정 폐지 이후의 근위대가 어떻게 될지? 아무런 미래보장도 없어요. 퀸투스와일부 근위병만으로 근위대 지휘부는 물론이고 근위대 전체의 장악은 불가능할 것이고 설득이나마 가능할까요? 다른 근위병들이 "너희들도 주상의 칙명을 충실하게 실행하고 한몫 거들었으면서!"라고 정곡을 찌르면 그나마 있던 명분마저 논파되어 버립니다. 폭군과 같이 최후를 맞이해야 하는 근위대장을 어정쩡한 입장에 놓아서 면죄부를 준 것이 엄청난 실수입니다. 콤모두스를 처단하는 결말로 가기 위해서는 근위대장 퀸투스도 같이 참살해야 했어요.

=> 대외적으로는 해당 영화에 대해서 방대한 내용을 잘 정리한? ㄴㅁ위키의 내용을 보면 콤모두스가 해당 병사 두명을 기분이 상했다고 처형했다고 하고 맨 아래 주석에는 1/10 형벌을 가했다고 하는데.......(....) 역사에 무지한 사람이라도 검색을 해보면 영화의 무삭제 장면이 절대로 1/10 형벌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어요.

근위대에서도 병과가 다른 궁수들이 활로 쏴 죽인것입니다. ㄴㅁ위키의 정보는 앞뒤가 맞지 않지요. 리들리 스콧 역시 1/10 형벌이라는 극형을 전혀 모르고 혹여 줏서듣기라도 했어도 각본에 서술하지 않았어요. 기어이 1/10 사형을 적용하고 싶다면 근위병들이 전우를 칼로 찔러 죽여야지요. 근위병 2명을 죽이는 방식은 동서양에 상관없이 군 통수권자가 격식을 갖추어 죽음을 명한 것입니다. 


3. 막시무스의 아내와 자녀를 죽인 실질적인 원흉이자 원수. 고작해야 콤모두스 한명을 죽이는 것으로는 막시무스의 정당한 보복이 끝난다고 보기 어렵네요. 퀸투스는 막시무스에게 사죄하거나 참회하지도 않았고 막판에 무슨 변덕이 나서인지 막시무스에게 나는 어쩔 수 없었다고 황당한 변명을 합니다. 이런 변명은 그가 고작해야 천황 시해죄에 공모한 선에서 그쳤다면 가능하지만 막시무의 처자식을 죽인 이후에는 절대로 불가능한 변명입니다. 콤모두스를 제껴두더라도 막시무스는 우선 퀸투스부터 죽여야 했습니다. 콜로세움에서의 1:1 대결은 콤모두스가 아니라 막시무스 VS 퀸투스로 진행되어야 했어요.

죽은줄 알았던 막시무스가 다시 등장하였을때 콤모두스보다 퀸투스가 더 두려워해야 했습니다. 콤모두스는 정치적 입장이나 신분상 당장 막시무스가 어찌하지 못한다고 해도 퀸투스는 곧바로 죽여야 했어요. 이야기 전개상 별 비중도 없는 근위대장이니 콜로세움의 첫 전투 이후에 기회를 노리고 있던 막시무스에게 칼빵을 맞고 죽는다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어요. 오히려 이런 전개가 콤모두스를 놀라게 하고 로마인들에게 관심과 큰 지지를 받을 수 있습니다. 막시무스가 "죽어서라도 반드시 보복하겠다! 이번 생이 아니라면 다음 생에서라도!"라는 울분을 터뜨리는 외침을 갑작스럽게 뛰어들여서 근위대장 퀸투스를 죽이고 외쳐야 했습니다. 그게 더 콤모두스를 두렵게 하고 엄청난 충격파를 안겨 줄 것입니다.

=> 막시무스에게 진짜로 사적이고 정당한 보복을 하려면 우선 콤모두스가 아니라 퀸투스를 죽여야 했어요. 루시우스 때문에 콤모두스는 어렵다 해도 바로 앞에서 얼쩡거리는 퀸투스에게 달려들기에는 아무런 장애가 없어요. 화살촉이 아니더라도 근처에 떨어져 있는 칼 한자루를 잡고 달려들어 찌르고 난도질 하면 보복 완료에요!


4. 사악한 근위대장이 막판에 변심했다고 하면 주인공 파벌이 뭐하러 어려운 길을 선택해야 할까요? 막시무스가 퀸투스에게 어떻하든지 연락을 해서 - 루킬라를 통해서 - 원한은 잊겠으니 나를 도와달라고 한마디만 하면 충분한데!! 퀸투스의 심리적 변화를 보아하니 콜로세움의 예전 챔피언조차도 막시무스를 참살하지 못한 단계에서 이미 천황을 향한 충성심을 버렸습니다. 막시무스가 천황을 참살하라는 부탁 한 마디로 모든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퀸투스가 진짜로 콤모두스를 배신하려고 마음먹었다면 막시무스와콤모두스의 대결까지 갈 것도 없이 곧바로 휘하의 근위병들을 이끌고 콤모두스를 - 제정 지지파들은 놓쳐도 - 참살해야 했어요. 아주 쉬운 방법을 놔두고 뭐하러 헛짓을 하는지??? 

그런데 콜로세움에 올때까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공화정의 희망이 되어줄 막시무스가 다 죽게 된 마당에 폭군에게 칼 안주고 결과적으로 저승길 동무로 만들었는데 이게 무슨 의미가 있어요? 콤모두스가 공화정 파벌과 막시무스,그를 사랑하는 친누나에게는 매의 눈빛으로 주시하고 있어도 변덕이 죽 끓듯하는 근위대장에 대해서는 아무런 변화를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멍청했어요.



결론:과거의 명작 쿠오바디스,에서는 네로가 죽기 전에 근위대장 티겔리누스는 반정군에게 먼저 참살되었고 로마 제국의 멸망,에서는 콤모두스가 1:1 결투에서 패하여 죽었다고 해도 방금 전까지 콤모두스를 섬겼던 친천황파는 다음 천황의 용상을 두고 현금 입찰을 하고 있었어요. 로마사를 소재로 하는 과거의 명작에서는 폭군이나 그의 근위대장의 응징에 대해서 개연성에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마무리를 잘했지요. 하지만 글래디에어터는 폭군과 같이 죽어야 하고 마땅히 주인공에게 응징받아야 할 근위대장을 어정쩌하게 살려두는 엄청난 실수를 하였네요. 퀸투스는 콤모두스와같이 막시무스에게 칼빵을 맞고 뒈야야 했어요!!!




ps. 어차피 리들리 스콧 맘대로의 이야기 전개이지만 이렇게 주절주절거리는건 큰 의미가 없다는건 잘 알고 있어요. 하지만 처단되어야 해야 하는데 애매모호하게 넘어간 근위대장에 관련된 엄청나게 개연성 없는 결말에 웬지 모르게 신경쓰여서 몇줄 서술합니다. 

덧글

  • SUPERSONIC 2019/07/13 00:41 # 답글

    천황이 아니라 황제입니다 왜 그런 표현을 굳이...
  • 스카라드 2019/07/13 07:08 #

    천황,황제,술탄,샤한샤,카이사르,엠페러,바실리우스. 등등 다 똑같은 의미입니다. 예시를 들면 우리 나라에서는 '엠페러'를 황제,라고 부르잖아요. 그리고 국내 한정으로 천황,이라는 단어에 특별함을 부여한다면 일본 황실을 숭배하는 것 밖에 되지 않아요. 서구권에서도 일본천황을 엠페러,라고 불러요. 굳이 황제라고 한다면 중국어 발음으로 '황뒤'라고 불러야겠지요.
  • 스카라드 2019/07/13 15:36 #

    아. 제가 딱히 슈퍼소닉님을 지적한 의도는 아니고 오해하지 않으면 합니다. 우리 사회에서는 황제,라는 단어가 너무 익숙하고 천황,이라는 단어는 왜왕가 관련 문제로 예민한 단어니까요. 혹여 기분 상하셨다면 미안합니다.(^^;)(--)(__)

  • SUPERSONIC 2019/07/13 18:36 # 답글

    아니 그걸 떠나서 천황이란 표현은 일본 황실에만
    써야죠 호칭은 구별해야지 않겠습니까
  • 스카라드 2019/07/13 20:17 #

    제가 쓰고 싶으니까 쓰는 것 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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