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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구 한국을 추억하며,마지막 주한 멕시코 대사의 독백. 외전B 자작 소설

부제:손석희 아나운서의 마지막 날.


기원후 2016년. 1월 9일. 제3차 한국전쟁 발발. 북조선군과 용병 사단은 불개미떼처럼 한성 특별시로 몰려왔다. 주한 벨라루스군이 버티고 있던 시절,공중으로 물자지원을 해주던 시기까지만 해도 한국인들은 명색이 그들의 수도를 굳건히? 지켜냈지만 주한 벨라루스군도 없고 스스로 지키고자 하는 항전의지마저 사라진 지금. 한성 특별시는 공산군에게 그냥 들어와 달라고 문을 활짝 열어놓은 상태였다.


북조선군이 점령한 파주시에서부터 적의 침공이 감지되었지만 무기력한 한국군은 아무 것도 할수 없었다. 한성 북부의 도로 진입로에 있는 경계초소가 전차포 사격으로 폭발하는 것을 시작으로 모든 저지선이 돌파당하고 한성특별시에는 공산군이 깊숙히 잠식해 들어왔다. 1월 9일. 날이 밝아 오는 아침시간대에 북조선군과 용병사단의 진입이 시작되었는데 정오가 되기도 전에 광화문에는 용병사단,전차 병대가 굉음을 내면서 진주했다.


한성 장악의 임무를 맡은 북조선군의 815병대는 상징성이? 있는 청와대를 무시하고 광화문을 지나서 곧바로 한성시청에 인공기를 게양했다. 정부청사는 불타오르고 미처 도망가지 못한 공무원들은 북조선군의 발포에 잔혹하게 사살당했다. 피난난갈 곳이 없어서 한성에 아직도 잔류하고 있는 사람들은 조용히 자택에서 틀어박혀서 공산군이 자비를 베풀어 주기만을 바랬다. 공산군과 용병들은 한성특별시를 장악하고 남진할 교두보를 마련하는 일이 최우선이라고 아직은 대량학살을 시작하지 않았다. 


쾅 쾅 쾅 쾅!!! 타타타타타타타타타타타타. 사방에서 총성과 폭발음이 들렸다. 날이 저물어 버린 저녁시간대. SBS 뉴스룸에는 손석희만이 혼자 남아 있었다. 평소라면 저녁뉴스를 시작할 시간이지만 스부스(SBS) 방송국에는 남아 있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모든 스탭과 직원들은 도망치거나 죽거나 안전하다고 생각하다고 생각되는 방송국의 어느 구역에 숨어 있을 뿐이다. 손석희는 뉴스룸의 스튜디오에 불을 켰다. 평생동안 방송국에서 뉴스를 보도하면서 살아온 60년이 넘는 인생이었다. 이제 막을 내릴 날이 왔다. 그가 태어나고 자라왔으며 사랑했던 조국. 대한민국이 멸망하는 날에 그도 이곳에서 생을 마감하기로 마음먹었다.


개전하기 며칠전에 위험한 낌새를 눈치챈 지인들이 - 부유한 강남 좌파중에서 운동권 신앙을 버린 배교자 - 어여 다른 나라 대사관으로 몸으로 피하라고 조언했지만 손석희는 그러지 않았다. 그는 아내와아들,며느리,손주들을 주한 멕시코 대사관으로 피신시키고 1월초부터 방송국에서 지내면서 설마하는 마음으로 사태를 주시했다. 불안한 예감은 적중했고 다시 개전이 시작되면서 북조선군은 거침없이 진군하였다.


손석희는 창밖으로 한성시의 바깥을 바라봤다. 십수년전만 해도 야경이 아름다웠던 한성에는 옛 시절의 야경은 보이지 않고 암흑천지가 되었다. 곳곳에 불길이 치솟아오르고 폭발음만 들렸다. 방송국 주차장에는 용병들을 실은 여러대의 복서 장갑차가 도착해서 병사들이 우르르 쏟아져 내렸다. 용병들은 방송국에서 도망치려고 빠져나온 사람들을 그냥 두지 않았다. 주차장에서 마주친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방송국 사람들을 망설임 없이 쏘아죽였다.


용병들이 방송국 로비에 진입한 시간, 홀로 스튜디오에 남은 손석희는 마음을 굳게 먹고 뉴스룸의 자리에 앉았다. 아무도 방송을 보지 않고 방송을 시작할 수도 없었다. 뉴스룸 바깥에서 군화소리가 들렸다. 어느새 용병들이 뉴스룸으로 통하는 복도까지 들어왔다. 어제 마지막 방송을 끝내고 내일 방송을 하려고 준비한 보도자료를 만지작거리면서 손선희는 어느새 눈물을 흘렸다. 안경을 벗고 눈물을 닦으면서 언론인으로서 마지막 품위를 지키려고 옷차림을 단정히 했다.


쾅~~~ C4폭탄으로 뉴스룸의 출입구를 폭발시키고 용병들이 들어왔다. 수십명의 용병들이 STG-44소총을 손석희에게 겨누었다. 그들도 약간 당황한 듯 하다. 뉴스룸에는 결사항전하는 한국군 잔존 병력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웬걸? 언론인 한명이 홀로 남아 있자 맥이 빠진 것 같았다. 손석희에게 소총에 장착된 레이저 도트가 쏟아졌다. 손석희는 다양한 국적과 인종의 전투원으로 편성된 용병들을 차찬히 보면서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허 허 허. 많기도 하다. 공산주의를 사랑하는 68혁명세대의 사생아들이 이 정도였다니. 하긴 나처럼 민주혁명세대가 뿌린 죄악이기도 하지. 나에게 심판을 내리려고 왔는가? 나에게 단죄를 내리기에 가장 적합한 집행인들이 오셨군. 어어 오십시오. 당신들이 찾고 있는 손석희는 바로 나입니다. 여기에 있어요. 도망가지도 숨지도 않습니다."

"야. 이놈은 뭐야? 설마 방송국 직원인가???(라틴어.)"

"몰라? 모습을 보아하니 뉴스를 보도하는 사람 같은데??(폴란드어.)"

"이놈은 뭐하는 놈이기에 아직도 도망가지 않고 여기에 남은거야. 이상한 놈이네.(타이어.)"

"죽기를 각오한건가.... 나라가 망하는데 갈곳이 없는 거겠지.(인도어.)"

"얼레... 보아하니 방송을 보도하는 아나운서 같으면 최소 은수저 계급이잖아. 며칠전에 국외로 도망치거나 최소한 외국 대사관으로 피신하겠지. 그런데도 남았어?(러시아어.)"

"야야야야. 동지들. 의용군 공식지정어,영어로 대화하라고 했잖아. 평소에는 잘하면서 긴장 풀어지면 각자 모국어로 대화하면서 통신과 작전 지령을 어렵게 만들어.(영어.)"

"아아아아. 뉴스룸은 장악했고 사장실이나 중역회의실,그외 중요한 장소도 수색했지만 한국군 병사는 전혀 안 보여.(중국어.)"

"뭔가 이유는 알수 없지만 평생 자신이 일해온 직장에서 죽음을 맞이하겠다는 각오가 보여.(포르투갈어.)"

"나름대로 품위와지성이 있어보이는데 죽이기는 좀 아까워.(일본어.)"

"한국의 언론인을 모두 죽이라는 훈령이 떨어진거 잊어버렸어? 작전대로 실행해.(스와할리어.)"

"아. 석판 컴퓨터를 검색하니까 손 어쩌고 하는 아나운서야?"(페르시아어.)

"저자. 반공 진영에 소속된 사람이 아니야?"(브루나이어.)

"맞아. 예전에는 JTBC라는 운동권 주사파 여론에 소속되어 있다가 노무현 진영으로 이탈한 사람 아니야."(노르드어.)

"이제 와서 참회해봤자지. 크크크크크큭. 아나운서서답게 뉴스룸에서 죽겠다는건가? 낭만이 넘치는군."(류큐어.)

"캡틴 왔어. 아. 캡틴. 손 아나운서야. 도망가지 않고 여기에 있었어."(에스파냐어.)

"아. 그래. 흐음......(...) 어차피 갈 곳도 없겠지."(페르시아어.)


용병 소대장은 손석희가 앉아 있는 뉴스룸 테이플에 가까이 다가왔다. 그녀는 베레타 권총을 뽑아서 탄창은 빼고 실탄 한개만 장전해서 손석희 쪽으로 밀어 주었다. 스으으으으윽. 권총이 밀려와서 손석희의 바로 앞에서 멈췄다. 소대장이 손짓을 하자 용병들은 레이저 도트를 끄고 총구를 내렸다.


다국적 운동권 용병들은 여전히 손선희를 주시하고 있었지만 손석희에게 마지막 마무리를 스스로 할수 있게 결정한 소대장의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손석희는 말없이 안경을 벗어서 내려놓고 권총을 집어 들었다. 그는 용병 소대장에게 머리를 숙여 인사를 했다. 대화는 통하지 않지만 지성인으로서,한 남자로서의 자존심을 지켜주는 용병 소대장의 배려에 손석희는 진심으로 감사했다.


"정말로 고맙습니다. 죄 많고 실패한 언론인으로서 사살당해서 할말이 없는데 이렇게 작은 긍지마나 지킬 수 있게 해줘서."

"당신의 시신은 어느 나라 대사관에 피신한 당신의 가족들에게 인계해 주겟어. 천천히 마무리해."(페르시아어.)


손석희는 권총을 들고 자신의 목을 겨누었다. 머리에 겨누는 것보다 덜 추하게 죽을 수 있고 고통없이 죽을 수 있었다. 그는 수방사 경비단 시절이 떠올랐다. 수방사 제8경비단장 시절에는 나름대로 권총을 잘 쏜다고 수방사령관에게 칭찬을 받았다. 회상에 빠졌던 그는 한숨을 쉬다가 망설임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탕~~~~ 한발의 총성이 스부스 뉴스룸에 퍼지고 손석희는 목에서 피를 흘리며서 테이블에 엎어졌다.


용병들은 손석희의 최후를 말없이 지켜보았다. 용병소대장은 병사들에게 손석희의 시신을 수습하라고 명령했다. 손석희의 시신은 시트에 싸여져서 서늘한 방으로 옮겨졌다. SBS방송국 옥상에 인공기가 휘날리면서 대한민국의 수도,한성 특별시의 종말이 도래했음을 전 세계에 알렸다. 한성이 함락된 다음날. 손석희의 시신은 용병소대장의 배려 덕분에 주한 멕시코 대사관으로 피신한 그의 가족들에게 인계되었고 손석희의 가족은 며칠후 재외 멕시코인을 철수시키기 위해서 김포공항에 긴급 착륙한 멕시코군 수송기를 타고 한국을 무사히 빠져나갔다.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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